뜨개로운 슬기생활 07.

뜨개로운 슬기생활 07. 1

세 번째 불은 엉뚱할 정도로 타올랐다. 바로 요즘 핫한 바라클라바.추운 겨울이면 방한이 최고이기 때문에 목도리로 귀까지 두른 나에게 이 유행은 대단한 낭보다. 아직 써보지도 않았지만 후투루마투루 아무거나 감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고 구입을 막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정말 많았다. 리뷰 사진 중에는 면봉 머리의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다녔다. ‘완전한 면봉이 될 수 있다’며 아이보리 색을 추천하는 리뷰도 있었고, 얼굴이 다 나와야 할 구멍에서 눈과 코까지 나온 사진을 굳이 올려 웃음을 주는 리뷰도 있었다. 역시 우스꽝스러운 민족. 사느냐 안 사느냐는 네이버 리뷰를 ‘평점 낮은 순서’로 뒤집으면 그렇게 즐겁고 구매 자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그럼? 열어야지 그런 결론에 이른 것이다. 생각보다, 나는 손으로 바둥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네. 좋아하지만 영역이 국소적이고, 좋아하는 것에도 특별히 재능이 있는 편이 아니어서 너무나 늦게 알아 버렸다. 무근본 알고리즘이 당황하면서도, 또 몇 번의 실패에도, 이번에는 왠지 정말로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무한한 긍정에는 얇고 꾸준한 도자기의 세계가 큰 힘이 됐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상반기엔 강렬하게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시도하지 못한 것이 가득 찼다. 어릴 때는 매번 2등에 밀려 못 샀던 튜바스코 샌들 마침내 사는 필라테스 등록, 좀 더 클 때는 도자기 공방을 꾸준히 다닌다. 작지만 시작이 어려웠던 거 올해는 뜨개질처럼 몇 번이나 실패한 것을 그 자리에 회귀시켜 성공시키고 있다. 어려웠던 기억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쉽게 그때는 그게 너무 어려워서 결국 포기했지만 이만큼 여러 번 하지 못했던 실패 경험도 결국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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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실패를 딛고 성공했다. 그때는 간신히 완전히 깨어났지만 지금은 새벽까지 깨어 있으면서 아쉬워하며 잠든 타룰라급의 태세 전환이 내게는 없었던 힘이므로 뜨개질의 라이프를 찬찬히 바라보고 있다. 그 원동력을 깊이 생각해 보면 시선의 전환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뜨개질을 하면 떠오르는 가정적이고 조용하며 정적인 전통적인 여성상이 큰 벽이었다. 나는 양성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진부한 편견에 가득 찬 은밀한 기대를 발견하면 깜짝 놀란다. 뜨개질만큼 화려한 취미가 없는데도 그때는 초점이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 바라보니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성취감의 영역에 가까워지자 한 단계 한 단계 재미로 예전에 잠시 걸려도 뜨지 않던 머플러를 사흘 만에 훌훌 떠 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이렇게 모여있는 구슬이 많다. 차곡차곡 모으다 보면 같은 실에 통하게 되는 아이들처럼 어울리는 색이다.슬기로운 뜨개질 생활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그렇다고 현명하지 못한 뜨개질 생활이란 아이를 죽이는 듯한, 뜨개질 같은 생활. 제목처럼 뒤죽박죽 얽힐 때가 많고 모든 것을 풀고 다시 할 때가 여전히 많으며 그 분노의 순간을 차근차근 풀어가는 기쁨이 있다.아직 고민만 하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 여러 번 실패한 사람들 모두 트린 라이프를 살아보기 바란다. 세상에 원하는 것 하나 내 손으로 찾지 못한 사람이 없다면…

** 트린라이프 시작하시는 분들 알려주세요. 저는 어마어마한 커리큘럼(2주 유튜브 기록)을 드립니다. 김대리 만세!